↑↑ 시인·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 김성춘
내가 시를 쓰고 있는데 아내는
베란다 화초에 물이나 주라고 하네

내가 시를 쓰고 있는데 아내는
은행이나 다녀 오라고 하네

내가 시를 쓰고 있는데 아내는
슈퍼마켓에나 다녀 오라고 하네

내가 시를 쓰고 있는데 아내는
설거지나 도와 달라고 하네

내가 시를 쓰고 있는데 아내는
화장실 청소나 하라고 하네

아니, 도대체 내가 지금
시를 쓰고 있다는데!
-권이영,'시를 쓰고 있는데'

권이영 시인의 시가 맛있다. 시인의 투박하고 솔직한 고민이 한편의 시가 되어 있다. 이 시를 읽으면 시의 잣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시란 과연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시인이란 누구일까?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시란 엄숙하고 경건해야만 하는 것인가? 예술이란 꼭 무겁고 근엄해야만 하는가? 진솔한 이야기만이 시가 되는가? 지금 이곳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시인은 시보다 진솔한 삶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기교보다 정직한 삶이 먼저라고 얘기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도 얼마든지 시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인이 사는 곳이 아파트인 모양이다. 퇴직한 한 시인이 아파트에 사는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시인은 시를 써야 하는데, 마누라는 시가 얼마나 힘든 과정에서 얻어 지는 줄도 모르고, 화초에 물을 주라, 은행이나 다녀오라, 슈퍼에 다녀오라고, 심지어 화장실 청소까지 해달라고 부탁한다.
 
시인은 고민이다 시를 써야 하는데 (사유와 집중을 해야 하는데) 마누라는 시의 사정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설거지를 도와 달라고 하니… 시간과의 싸움 속에서 시인은 고민한다.
 
"아니, 도대체 내가 지금/시를 쓰고 있다는데!" 바로 시인들의 고민이다. 마음이 짠해지는 남편들, 시인들 풍경이 아닌가.
 
쓸쓸함을 견디고 사는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를 질문하게 만드는 시다.
 
거짓 없는 삶 자체야 말로 진정한 시 창작의 원동력이라고 말해주는 시다. 사람이 좋으면 시도 좋은 법. 내 친구 권이영 시인은 사람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