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국의 사신들이 강대국 페르시아의 왕을 알현하고 조공을 바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는 모습을 그린 부조. 페르세폴리스의 이 부조는 제국의 강대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으로 한때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던 대이란 교류가 다시 막혔다. 그러나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의 중심지로 실크로드를 통한 신라와의 교역이 활발했던 곳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이란의 이야기를 통해 21세기 실크로드를 꿈꿔본다.

다리우스 대왕 페르세폴리스를 축조하면서 다양한 양식을 도입해 융합적인 방식을 택했지만 기발하게도 페르세폴리스의 건축물들은 하나의 통일미를 갖췄다. 그것이 고유의 양식으로 굳었고 훗날 유럽의 건축양식의 텍스트로 전해졌다. 다리우스 대왕의 사후에도 150년에 걸쳐 왕궁의 증축은 계속됐다.
 
↑↑ 페르세폴리스의 '만국의 문'. 왕궁으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누구라도 이 '만국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주변 국가의 사신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 조공 바치는 사신들 부조 페르시아의 강대한 권력 상징

이곳에서는 매년 페르시아의 신년행사인 노루즈와 조로아스터교의 축제가 열렸다. 이때 아케메네스 페르시아에 속한 국가들의 사신들은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진귀한 선물을 들고 왕에게 진상했다. 그들의 모습은 페르세폴리스의 동쪽 계단에 새겨진 부조로 전해진다. 이 부조들을 살펴보는 재미는 페르세폴리스를 찾았을 때 빼놓을 수 없는 행위다.

부조들을 자세히 보면 아케메네스 페르시아에 부속된 국가들이 대왕에게 진상하는 조공품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인도에서 온 사신은 향수를, 에티오피아는 상아를, 바빌론은 소를, 아르메니아는 말을, 레바논은 금반지를 들고 줄지어 섰다. 이 부조들은 당대의 예술가들이 얼마나 섬세한 솜씨로 돌을 다뤘는지 짐작하게 한다.

각국에서 조공을 바치러 온 신하들은 '만국의 문'을 통해 입궁하고 대왕을 알현했다. '만국의 문'은 아케메네스 왕조의 상징인 신화 속 동물 라마수가 조각된 거대한 출입문이다. 라마수는 사람 얼굴에 날개를 단 황소의 형상을 띠고 있다. '만국의 문'은 다소 훼손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위용을 잘 드러내고 있다. 기둥은 웅장하고 마라수의 자태는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사자의 동체에 뱀꼬리를 가진 그리폰상. 그리폰은 페르시아의 중요한 상징이다.

■ '왕 중의 왕' 크세르크세스 페르세폴리스 건설

'만국의 문'에는 다리우스 대왕의 아들 크세르크세스 왕이 새긴 글이 있다. "나는 크세르크세스다. 나는 대왕이며 왕 중의 왕이다. 제국의 왕이며 모든 종족의 왕이며 아케메네스의 왕이다. 다리우스의 아들로 아버지를 이어 이곳에 페르시아를 건설했다." 이 글은 아케메네스 페르시아가 얼마나 강대한 제국이었는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 준다.

'만국의 문' 옆으로는 100개의 기둥으로 만들었다는 아파타나 궁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궁전은 외국의 사절을 접견하고 조로아스터 종교행사를 거행하던 장소다. 그리고 곳곳에서는 페르시아 신화에 나오는 문양이 3000여개의 조각과 부조로 널려 있다. 페르시아의 권위를 상징하는 사자가 목우를 공격하는 모습은 여러 군데서 찾을 수 있다. 목우는 페르시아 인근의 국가들을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사자의 동체에 뱀꼬리를 가진 그리폰상도 보인다. 그리폰은 동방에서 건너온 괴물로 여겨졌다. 그리폰은 페르시아의 중요한 상징이며 그리스인들에게는 페르시아의 강대한 세력에 대한 공포가 트라우마로 작용해 그리폰으로 대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페르세폴리스의 곳곳에는 지금도 복원이 한창 진행 중이다. 세계 최초의 제국을 건설했던 아키네메스 페르시아의 위대함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 '화무십일홍' 마라톤에서의 패배

아케메네스 페르시아의 영광도 오래 가지 못했다. 다리우스 대왕의 전사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쇠퇴를 암시했고 그리스의 세계 제패라는 단초를 마련한다. B. C. 490년 다리우스 대왕은 소아시아 반도에서 일어나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징벌하러 떠났다. 이 전쟁이 일어난 곳이 미나리과의 풀이 무성했던 마라톤 평원이다. 아테네인들은 죽음을 다해 거대 제국 페르시아와 맞섰고 그 결과 승리했다. 다리우스 대왕에게 치명적 패배의 상처를 안긴 것이다.

전쟁에 승리한 아테네군의 페이디피데스란 전령은 아테네까지 달려가서 "네니케카멘!(우리가 이겼다!)"라는 말을 전하고 숨졌다. 이것이 올림픽 경기의 꽃인 마라톤의 기원이다. 거기서 다리우스 대왕은 전사했다. 지금까지 이란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마라톤 종목에 참가하지 않는다. 이 전쟁이 끝나고 10년 뒤 벌어진 세계 최초의 해전인 살라미스 해전은 아테네가 페르시아를 누르고 번영하는 시발점이 됐다.
 
↑↑ 페르세폴리스의 석양. 마라톤 평원의 전투에서 페전한 다리우스왕의 죽음 이후 서서히 저물어가던 페르시아는 알렉산더의 침공으로 무너진다.

■ 알렉산더 말발굽 아래 사라진 제국의 영광

페르세폴리스의 영광은 B. C. 331년 알렉산더 대왕의 공격으로 잿더미가 된다. 승리에 도취한 알렉산더의 군인들은 페르세폴리스 궁전에서 술을 마셨고 누군가가 취기에 불을 질렀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아케메네스 페르시아의 종말은 그렇게 허무하게 다가왔다.

페르세폴리스는 외적의 침공으로 폐허가 됐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갔다. 훗날 그 지역의 사람들조차 이 유적이 정확하게 어느 시대 무슨 용도의 건축물이었는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솔로몬의 궁전이었다고 하고 신화에 나오는 잠쉬드의 궁전이었다고 추측했다. 유럽의 역사학자들이 알렉산더 대왕이 이곳의 탁테 잠쉬드를 멸궁했다는 기록을 발견하고 그때부터 페르세폴리스라고 불렀다.